탑과 꽃과 새와 나
한보리 詩/曲/노래
오후 내내 탑을 쌓았다
돌무더기 앞에 앉아
내 마음의 창으로 새 한 마리 난다
오후 내내 꽃 앞에 앉아 내가 누구인가를 물었다
아무 것도 아니라 한다
다만 흘러 갈 뿐이라 한다
내가 쌓은 탑을 무너뜨리고 쓰러지라 한다
다만 꽃잎처럼 흐르라 한다
바람 속으로 흘러가라고 한다
오후 내내 꽃 앞에 앉아 내 안의 나를 지운다
오롯이 한 가지를 너를 위해 비운다
한보리 시집과 음반[꽃 한송이 주지 못했네] 2001년 당그래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