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희 / 하모니카 더빙 Am
금과은 / 하모니카 더빙 Em
봄날은 간다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꽃이 피면 같이 울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 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1953년이면 내가 태어난 해이다.
내가 이 세상에 인연이 생긴 그 해에
백설희는 <봄날은 간다> 라는 불후의 명곡을 남긴다
그리고 55년이 또 흘러 이제 다시 <봄날은 간다> 라는 노래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리도 곱던 백설희는 지금 얼마나 늙었을까?
인생유전이 아니라 세상유전이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이치이다
이 노래는 청춘남녀의 사랑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연분홍이나 맹세나 꽃편지 등 단어를 보면
사랑을 약속하던 남녀가 세월이 흘러가면서
야속한 사이가 된다는 내용일 수도 있다
봄날은 짧다
세월이 갈수록 아열대로 바뀌는 우리나라의 경우
점점 봄과 가을은 잛아지고
얼핏 모양만 보여주고는 금세 사라지는 게 봄이다
겨울을 이기고 맞이한 그 화려하고 찬란한 봄날이
속절없이 빨리 사라지는 것에 대한 노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월이 한참 흘러
이 나이에 이 노래를 들으면 다른 느낌이 든다
아! 나에게도 저런 <연분홍> 시절이 있었다
사랑을 나누고 웃고 울던 사람도 있었다
영원할 것 같던 젊음과 청춘은 봄눈 녹듯이 나도 모르게 시나브로 사라지고
이제는 황혼 속에 열아홉의 그 시절을 반추할 뿐이다
열아홉 시절에 보았던 그 아름답던 세상은 어디로 갔는가
온통 내 세상 같고 내 편일 것 같던 그 세월은 언제 이렇게 변했던가
내가 착각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속인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무슨 잘못이 있으랴
아! 내가 좇던 것들은 다 무엇이던가
뜬구름이었다
내 주위에서 영원할 것 같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던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길이 따로 있더라
알뜰하던 그 맹세는 실없는 약속이 되어버렸다
별 하나 꽃 하나에도 울고 웃던 그 다정하던 감정은
이제는 찾아봐도 어느 구석에도 하나 없다
이미 세속에 찌들 때로 찌든
낡고 늘고 모지라지고 쪼그라진
늙은이만 하나만 불쌍하게 서 있을 뿐이다
인생의 허무를 열아홉 사랑에 빗대어 노래한 이 노래는
아마 100년의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불후의 명곡이 아닐 수 없다
청춘의 사랑과 그 속성을 노래하기도 했고
덧없이 빨리 사라지는 봄을 노래하기도 했지만
초로의 이 나이에 들어서 다시금 불러보는 이 노래는
근본적인 인생의 허무와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다
짧고 기약할 수 없고 금세 사라지는 앳된 봄날 향기처럼
우리 인간의 청춘 또한 짧고 속절없는 것이다
인생의 젊음은 30년도 채 영원불변하지 않다
그렇기에 또한 인생은 아름답고 찬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