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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사카린

U블럭 2014. 5. 11. 19:53

MSG, 유·무해 논란 ‘오해와 진실’

 

모유·자연 식품에도 함유… 금지국 미얀마뿐

식품업계에서 ‘식품혁명’이란 찬사를 붙인 식품첨가물인 MSG(Mono Sodium Glutamate)를 두고 유해성·안전성을 의심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68년 처음 유해성 논쟁이 외국에서 제기됐다가 수그러든 후 시간을 두고 국내에서도 제기돼 소비자들의 우려를 자아내는 등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양상이다. 식품당국이나 국제 식품 관련 기구, 서구에서도 과학적 검증 결과,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지만 ‘MSG 괴담’은 툭하면 터져 나오고 있다. 그것도 한국에서 유독 난무하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치열한 논쟁과 갈등을 예고하고 있는 MSG의 현황 및 안전성 논란 제기 배경, 유해성 여부, 외국 사례 등을 집중적으로 짚어 본다.

1. MSG란 무엇인가

L-글루탐산 나트륨이 정식 명칭이다. 필수아미노산의 한 종류이자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에 용해성을 높이기 위해 나트륨을 첨가한 식품첨가물이다. 식품 제조나 가공 때 맛과 향을 높이기 위해 쓰인다. 주원료는 사탕수수로, 글루탐산이 88%, 나트륨이 12%이다.

1907년 일본 도쿄(東京)대의 기쿠나에 이케다(1864∼1936) 물리화학과 교수가 집에서 우동을 먹다가 다시마를 넣었을 때 맛이 한결 좋아진 것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한 게 출발이 됐다. 그는 짠맛, 단맛, 쓴맛, 신맛 외에 ‘제5의 맛’이 글루탐산에 의한 것임을 발견하고 이를‘우아미(감칠맛)’로 이름 붙였다. 또 실험을 거듭한 끝에 다시마의 처리액에 흰색 글루탐산의 결정이 석출(析出)된 것을 찾아내 조미료로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독일의 화학자인 칼 리트하우젠도 글루탐산을 발견했지만 독특한 맛의 성분이란 사실은 몰랐다고 한다.

2. 유해성 논란 왜 촉발됐나

서구에선 지난 1968년 MSG가 두통 등 이른바 ‘중국음식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유해성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1995년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인체 무해성을 인정하면서 근거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국내에선 MSG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MSG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시기는 1993년. 당시 조미료 시장 후발주자인 ㈜럭키가 ‘맛그린’을 출시하면서 유해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럭키는 맛그린이 ‘MSG를 넣지 않은 천연조미료’라고 광고하며 경쟁제품인 ‘미원’ ‘다시다’ 등과 차별화를 꾀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MSG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이후에도 라면업체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MSG 무첨가’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건강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MSG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다.

3. ‘중국음식증후군’이란

‘중국음식증후군’은 지난 1968년 미국의 로버트 호만 곽이라는 의사가 처음 제기했다. 그는 중국 음식을 먹을 경우 목과 팔 등이 저리고,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하며 그 원인을 중국 음식에 많이 사용되는 MSG로 돌렸다. 이후 학문적인 검증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 등에서 중국음식증후군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점차 널리 퍼지게 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심리적 증상일 뿐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실제 1986년 중국음식증후군이 있다고 주장한 18명을 대상으로 이중맹검(실험자와 피실험자 모두 실험 조건을 모르게 진행)실험을 한 결과, 음식 섭취 후 증상을 보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1998년에도 스스로 MSG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믿는 13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지만 아무런 증후군도 관찰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MSG와 특정 병리적 증상과의 연관성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4. MSG는 얼마나 쓰이고 있나

일본에서는 1948년, 미국에서는 1977년, 우리나라의 경우 1962년에 각각 식품첨가물로 지정됐다. 유럽,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등에서도 식품첨가물로 지정돼 쓰이고 있다. MSG는 외식업체는 물론, 우리 생활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잘 알려졌다시피 국내에서는 1956년 최초의 조미료인 미원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후 미풍, 다시다, 감치미 등의 상품이 줄지어 나왔다.

일반 요식업소에서의 MSG 활용도를 엿볼 수 있는 분석결과도 있다. 지난 2010년 홍완수 상명대 교수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외식업체 경영자 및 종사원 1017명을 대상으로 물었더니 65.7%의 업체가 천연조미료와 인공조미료를 함께 쓰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인공조미료만 쓰는 업체도 11%였다.

천연조미료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판매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란 답이 23.8%였고, ‘고객이 인공조미료 맛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란 답도 22.4%였다. ‘천연조미료 만드는 방법을 몰라서 쓰지 않는다’는 응답도 21.7%였다.

인공조미료를 쓰는 목적으로는 ‘음식의 풍미 또는 맛 향상을 위해’가 가장 높았고 ‘습관적으로 쓴다’ ‘음식의 영양가를 높이기 위해서 쓴다’란 답이 뒤를 이었다. 메뉴별로 1인분을 조리할 때 MSG를 많이 쓰는 요리는 볶음류 및 튀김류, 밥류, 샐러드류 및 무침요리 순이었다.

5. 어떻게 만들어지나

MSG는 단백질이 풍부한 해조류의 열수 추출에 의해 얻어진 글루탐산으로 만든다. 하지만 최근에는 글루탐산 생성능력을 지닌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법으로 얻어진 글루탐산을 중화·정제한 후 나트륨염 형태로도 만들어진다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설명이다.

조미료업계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MSG를 화학조미료로 인식하고 있지만 MSG는 효모처럼 발효 소재로, 사탕수수에서 뽑아내 아직 정제하지 않은 설탕 또는 당밀”이라고 말했다. 정제·멸균한 원료에 글루탐산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넣고 40여 시간 동안 발효를 시킨다는 것.

글루탐산은 유제품, 육류, 어류, 채소류 등과 같이 동·식물성 단백질 함유식품에도 천연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가령 우유에는 20ppm, 모유에는 220ppm, 파르메산치즈에는 1만2000ppm, 어류인 대구에는 90ppm, 채소류인 양파에는 180ppm이 함유돼 있다. MSG 주요 성분은 우리 몸에서도 매일 약 50g씩 만들어지는데 티스푼으로 12스푼이 넘고, 몸무게 중 약 2㎏은 MSG에 해당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MSG에 함유된 나트륨의 양은 일반 소금 가운데 나트륨양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6. 식품당국 · 업계 시각

식약처는 지난 2010년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일일 섭취허용량에 대해서도 별도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앞서 1995년 FDA도 MSG에 대해 “현재 조미료로 사용하고 있는 수준에서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나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1987년엔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MSG는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실제 아직까지 MSG가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국제 연구기관의 독성실험 결과, MSG는 소금은 물론 비타민B12나 비타민C보다도 독성이 훨씬 낮은 것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7. 식약처가 논란 진화에 나섰는데…

식약처는 지난 3월 “식품첨가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인터넷에서 번지며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식품첨가물은 식품제조 때 보존·착색·감미 부여 등 다양한 기술적, 영양적 효과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쓰이는 물질로 화학적 합성품 403개와 천연첨가물 196개 등 599개 품목이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아래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업계도 MSG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오래전에 종결됐는데, 지난 수십 년간 오해와 편견에 시달려 왔다는 입장이다.

8. 소비자단체 시각

소비자단체는 식약처나 식품업계에서 주장하는 안전하다는 논리를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희숙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장은 “우리 국민이 MSG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섭취하고 있는데 신경계통, 아이, 임산부 등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조미료뿐만 아니라 화학첨가물의 유해성을 국민건강 수호 차원에서 주장해 왔는데 식약처에서 갑자기 업계 입장을 받아들인 발표를 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세계소비자연맹이 정한 매년 10월 16일‘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에 맞춰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구 위원장은 “식당 냉면부터 콩나물, 미역국 등 MSG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없을 정도인데 영양가는 없고 맛만 살린 것”이라며 “앞으로 식약처의 입장을 반박하기 위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9. 해외에서는 안전성 논쟁 없나

외국에선 대체로 MSG의 안전성을 인정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MSG 사용을 금지한 나라는 미얀마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MSG를 안전한 조미료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주류식품통계 월간 2009년 6월호의 경우 일본의 MSG 사용량은 늘어나고 있으며, 20∼30대 젊은 계층에서 인기가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MSG무첨가’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와 달리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에선 이러한 표시에 제한을 두고 있다. 모유나 육류, 감자 등 많은 음식에 흔히 포함된 글루탐산이 들어 있지 않다는 오해를 소비자들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히려 MSG가 첨가되지 않은 식품은 감칠맛을 내기 위해 핵산이나 효모추출물 등 각종 첨가물이 대신 사용돼 안전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 유해성 논란 빚는 다른 식품첨가물

유해성 논란을 빚고 있는 식품첨가물로는 사카린을 꼽을 수 있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300배 이상 강한 단맛을 내는데다 열량이 없어 널리 애용됐지만 발암물질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이후 이뤄진 각종 연구에선 유해성이 발견되지 않아 발암물질이라는 오명을 벗었다.

지난 1999년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사카린을 발암물질 항목에서 제외시켰다. 미국에선 아예 사카린 규제를 모두 풀었다. 국내에서도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성에 대해서는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커피시장에서 안전성 시비가 붙은 카세인나트륨, 인산염 등도 실은 섭취해도 문제가 없는 식품첨가물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 첨가물은 원료표기가 화학명으로 돼 있어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카세인나트륨의 경우 우유에서 단백질만 분리해 나트륨을 결합시킨 영양물질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소르빈산류, 안식향산류 등 보존류와 합성 색소류는 섭취 위해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해진 용량과 법적 기준을 따라야 할 식품첨가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