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1
... 박연찬(견성화)
하얗게 서리 내린 당신
머리결이 서러워
웃으며 묻습니다
까만 머리 뽑아 드릴까요?
당신 이마의 깊은
골이 미워서
웃으며 묻습니다
다리미로 펴 드릴까요?
당신의 쳐진 어깨가
힘겨워 보여
웃으며 묻습니다
나 좀 업어주세요
청개구리 2
... 박연찬(견성화)
당신 앞에만 서면 나는
한마리 작은 청개구리입니다
저만큼에서 당신이 다가오면
나는 어느새 외면하고
멀어지면 안타까워 눈길 따라갑니다
지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미소로
당신을 대해야지 하면서도
내 얼굴은 어느새 굳어져 있고
당신이 고독할 때 다가가서
참새처럼 귀엽게 재잘대야지 하면
내가 알고있는 재미있는 모든
말들이 사라져 버립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보기 싫어요
조금도 그립지 않아요
거꾸로 된 세상에서 당신을 만나면
당신은 제 마음 아실런지요
청개구리 3
... 박연찬(견성화)
내 기억 속에서 아픔으로 다가오는
예순 두살의 나의 늙은 친구가
하늘로 가던 날
목 놓아 소리내 울지 못하고
웃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하늘로 데려간 술이 미워서
다시는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정 넘은 호프집 문턱에서
흔들리는 길거리에서
당신 닮은 내 모습 발견합니다
청개구리 4
... 박연찬(견성화)
다가서고 싶은마음
들킬까 돌아서 가고
그리운 마음 보일까봐
하늘을 봅니다
사랑한다 말하면
더 멀어질까봐
미워한다 말하고
내가 먼저 도망갑니다
청개구리 5
... 박연찬(견성화)
호의와 관심을 구별하지 못하고
막연한 것에 집착하고
처음부터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내 사랑이 아닌가 착각하는
가슴이 고장난 바보입니다
남들은 잘도 하는 연애도 못 하면서
맞선도 싫어하고 독신주의자도 아니고
대충 쉽게 살지도 못해
키스 한 번 못해본 쑥맥입니다
좀 엉뚱하지만 손 없는 날 잡아서
키스 한 번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