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활성화, 과(過)해도 너무 과한 사람들
인증샷을 통해서 자신을 너무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과시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자존감이 약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각종 SNS가 생활화되면서 현대인의 대표적인 소통 창구가 되었다. 사람들은 예컨데 맛집 정보나 요리 레시피, 집 꾸미기 등 비슷한 취미 생활이나 기호를 공유하고 정보를 얻는다. 저마다의 관심사를 사진, 동영상, 글 등의 콘텐츠로 소통하고 개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SNS 활성화의 부작용으로 자신의 삶을 거짓으로 꾸며서 공유하거나, 과한 행동으로 이목을 끌어 인기를 얻으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들은 자신의 생활 일거수일투족을 SNS으로 공유해 '보여주기식' 운영을 하면서 타인의 '좋아요'나 댓글 등의 반응에 목을 매는 'SNS 중독' 형태를 보여준다.
이런 부작용에 대한 논란과 함께 '남에게 보여지는 나'를 의식할수록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거나 SNS를 많이 할수록 우울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살아서 다행" 셀카까지
미국 조지아 주에서 한 10대 여학생이 아버지의 고급 승용차를 몰며 실시간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친구들에게 속도를 자랑하다가 대형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평생 장애를 갖게 된 피해자는 가해 여학생과 메신저 앱 ‘스냅쳇’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가해자인 맥기는 작년 9월 10일 오후 11시 15분쯤 아버지 소유인 메르세데스 벤츠C230을 운전하던 중 법정 제한 속도(89㎞)를 어기고 시속 107마일(172㎞)로 우버 기사 메이너드의 차를 들이받았다. 맥기는 당시 운전하는 동시에 스냅챗의 '스피드 필터' 기능을 사용 중이었다. 이는 스냅챗으로 사진을 찍으면 당시 피사체가 움직이는 속도가 자동으로 기록되는 기능이다.
사고 직전 맥기의 스피드 필터에 기록된 최고 시속은 113마일(182㎞)였다. 맥기는 사고 직후 병원에 실려가서도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며 피를 흘리는 '셀카'를 찍어 올렸다. 이 사고로 피해자 메이너드는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5주간 집중 치료를 받았으며, 지금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만 걷고 일을 할 수 있는 장애를 안게 됐다. ▶ 관련 기사
페이스북 '좋아요'가 뭐길래… 도 넘은 엽기 행각
최근 일부 페이스북 사용자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 도를 넘은 엽기적인 행동으로 일반 사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좋아요' 몇 만개를 받으면 살아 있는 생쥐를 먹겠다" 등의 황당한 공약을 내건 뒤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식이다.
심지어 자동차 바퀴에 자신의 다리가 깔리는 영상을 올리거나 동물과 수간(獸姦)하는 등 위험하고 반(反)사회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이를 보더라도 '관심종자(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뜻)'라며 무시하지만, '페(이스)북 스타'라고 추종하는 사람들도 있다.
'페이스북 유명인'의 엽기 공약은
전문가
실제 생활에서 타인과의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온라인에
자극적인 게시물을 올려
타인들에게 인정 받으려는 행동
김상학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기를 얻으면 사회적으로 힘을 얻었다고 생각해 이런 극단적인 공약들이 나오고 있다"며 "경쟁 사회에서 개인 미디어인 SNS에서조차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좋아요'를 받아야만 살아남는다고 생각에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게시글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 기사
상가털이 10대들, SNS서 훔친 돈다발 자랑하다 덜미
영업이 끝난 심야 상가를 돌며 금품을 털어온 10대들이 훔친 돈다발 사진을 자랑삼아 SNS에 올렸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힌 사건이 있었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지난 2월 박모(15)군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김모(15)군 등 일당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군 등은 소년원에서 알게 된 사이로, 출소한 뒤 범죄수법을 공유하며 심야 상가털이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25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 시내에서 영업을 마친 상가나 식당 등 20곳에 침입해 3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훔친 돈과 물건은 유흥비와 숙박비로 탕진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11월 같은 수법으로 상가털이를 하다 붙잡힌 또 다른 10대 3명이 SNS에 올린 범행글에 일당 중 한 명인 이군이 '나보다 많이 했다(훔쳤다)'는 내용의 댓글을 남기면서 꼬리가 밟혔다. ▶ 관련 기사
일명 '관심병'
SNS가 일상화되면서 일명 '관심병'을 앓고 있는 '관심종자'들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더 쉬워졌다. 조작된 메시지를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올리기만 하면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메시지를 읽는다. 이러면서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관심병'이라 비난받은 사례들
청계천서 '반라(半裸) 1인 시위'한 20대 여성
작년 4월, 서울 무교동 청계천에 상반신을 노출한 한 20대 여성이 등장했다. 가슴 부위만 청테이프로 살짝 가린 이 여성은 "왜 남자 꼭지는 (노출해도) 되고 여자 꼭지는 안 되냐"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채 1인 시위를 벌였다. 곧 미리 준비해온 비키니 상의를 걸쳐 입었지만 길을 가던 남성 행인들이 모여들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시위를 제지하자 이 여성은 큰 반발 없이 오후 1시 30분쯤 청계천을 떠났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왜 시위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황당했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를 벌인 이모씨는 그 해 3월, 서울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상반신에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채 춤을 추는 동영상이 SNS에 퍼져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이씨가 과거 유명 외제차 '○○○' 딜러로 일한 전력이 알려져 네티즌 사이에서는 '○○○녀'라고 불렸다.
이씨의 돌발 행동에 대해 시민들은 차갑게 반응했다. 네티즌들은 "여름이 다 돼 가는데 웬 모피냐", "관심병 환자 아니냐",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조롱했다. ▶ 관련 기사
관심 받고 싶은 걸까, 그저 '사생활'인 걸까…
설리 인스타그램
전직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설리(본명 최진리·22)의 사진 전용 소셜미디어 계정. 그는 최근 몇 달간 자신의 연인인 힙합가수 최자(본명 최재호·36)와 침대에서 찍은 사진 등 수위 높은 사진까지 거침없이 공개해 화제다. 사진 한 장이 새로 올라올 때마다 수십 개의 기사가 쏟아지고, 댓글도 3만~10만개가 달린다.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의 멤버로 데뷔한 설리는 2014년 최자와 열애설이 터졌고 지금까지 공개 열애중이다. 이후 팬들의 비난과 각종 루머 때문에 에프엑스 활동을 중단했다. 1년 뒤 팀에서 탈퇴하고 배우로 전업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그의 인스타그램이 화제가 된 것은 설리 본인이 최자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입을 맞추는 사진이나, 자신의 입에 휘핑 크림을 짜 넣는 사진 등 성적인 뉘앙스가 담긴 사진도 공개하기 때문. 프로필 사진에 자신의 별명이기도 한 복숭아를 든 사진을 올렸는데, 이 역시 남성 성기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애가 공개된 아이돌은 많지만 그들 대부분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리다 보니 파파라치 희생양이 되는 것과 정반대다. ▶ 관련 기사
유명인과 불륜 스캔들 터진 파워블로거
작년 10월, 변호사 강용석과의 불륜 스캔들에 휘말렸던 파워블로거 '도도맘' 김미나씨도 '관심병' 비난을 받았다. 블로그 운영 10년차로 명품 브랜드와 관련된 포스팅으로 큰 화제를 모아온 그는 지난 스캔들 논란으로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김미나 씨는 처음에 강용석과 관계를 부인하다가 다시 말을 바꿔 인정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그는 "처음 보도됐을 때 즉시 '홍콩에서 만난 것이 맞다. 실제로 친하고 평소 술 친구다'고 하면 바로 스캔들을 인정하는 것 같아 겁이 났다"며 "뒤늦게 인정해 오해를 사게 만든 부분에 대해서는 심히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각종 루머와 악플에 시달리면서 '괴롭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각종 방송에 등장하고 인터뷰도 하는 등 그의 끊임없는 활동에 피로를 느낀 일부 네티즌들에게 '관심병에 걸린 여자' '관심종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극단적 행동 부르는 정신질환까지…
타인의 관심을 얻으려 거짓정보를 유포하고, 자신의 생활 모습을 꾸며내며, 비상식적인 행동을 일삼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부르는 '관심병'은 정신질환 중에 '인위적인 장애(Factitious disorder)', 즉 꾀병이라 불리는 질환과 비슷하다. 이 장애는 경제적 이득 없이 단지 환자의 역할을 해서 타인을 관심을 유발하는 데 집중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만약 주변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는 일부러 자해를 시도하는 극단적 경향이 있는데 정신과에서는 '뮌하우젠 증후군(Mnchausen syndrom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관심병'에 걸렸다고 할 만한 '관심종자'는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인위적인 장애' 질환자라고 분류할 수도 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 교수는 "반복되는 '관심종자'의 관심글은 그만큼 사회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얘기"라며 "극단적인 이야기는 같은 집단에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소통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