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토끼

U블럭 2017. 7. 25. 07:09

백수의 왕인 호랑이와 초식 동물인 토끼. 두 동물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공통점이 있다. 토끼는 비록 호랑이처럼 용맹하지는 못해도 호랑이처럼 뒷다리가 잘 발달돼 있다. 토끼()는 열두 띠 동물 중 네 번째로 호랑이 다음에 있다. 을묘(), 정묘(), 기묘(), 신묘(), 계묘() 순으로 육십갑자가 순환한다. 십이지의 토끼는 시간적으로 새벽을 열어가는 오전 5~7시다. 묘반(), 묘수(), 묘음() 등이 각각 아침밥과 새벽잠, 아침술(식전 해장술)을 뜻하는 이유가 된다. 달로는 음력 2월을 지키는 시간신()이다. 방향으로는 정동()을 나타낸다.

어릴 적 만난 토끼는 달나라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영약()을 찧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우리가 마음속에 그렸던 달 풍경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토끼는 ‘장수()의 상징’이자 ‘달의 정령’으로 인식돼왔다. 토끼는 이솝 우화의 〈토끼와 거북〉, 조선 후기 우화 소설의 〈별주부전〉, 판소리의 〈수궁가〉 등에서 주연으로 등장한다. 토끼가 들어간 사자성어로는 토사구팽1), 탈토지세2), 교토삼굴3) 등이 있다. ‘토끼 같은’, ‘두 마리 토끼’ 등 ‘토끼’를 활용한 수식어도 많다.

눈처럼 흰 몸에 오물거리는 작은 입, 안테나 역할을 하는 긴 귀와 큼직한 앞니 2개. 사람보다 소리에 약 2배 민감하지만 다른 동물들보다 더 잘 듣는 것은 아니다. 몸에 땀구멍이 없어 커다란 귀로 몸의 열을 밖으로 내보낸다. 양옆에 달려 있는 눈은 360도를 볼 수 있다. 반면 얼굴 앞쪽에 가까이 있는 물체는 잘 보지 못한다. 겉에서 보이는 앞니는 위에 2개, 아래 2개이지만, 윗니 안쪽에 작은 이빨이 2개 더 있다. 이빨은 총 28개.

토끼 눈이 빨갛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검은색이나 푸른색 눈을 가진 종()이 더 많다. 인공 교배로 만들어진 알비노 토끼, 즉 색소 결핍증인 하얀색 집토끼만 눈동자가 붉다. 멜라닌 색소가 없어 망막 안쪽으로 흐르는 피가 반사돼 눈동자가 빨갛게 보이는 것이다. 자이언트 토끼는 일반 토끼(1~1.5kg)보다 몸무게가 거의 10배인 10kg에 달한다. 몸길이가 70~80cm나 되어 강아지만 하다. 토끼 중에서 앙고라, 친칠라, 뉴질랜드 화이트종은 아름다운 털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수명은 평균 10년. 수면 시간은 30분 정도로 매우 짧다. 그래서 숙면을 못하고 자주 깨거나 토막 잠을 자는 것을 가리켜 ‘토끼잠’을 잔다고 한다. 먹이를 잘 먹고 잔병치레가 없다. 놀랍게도 토끼는 자기 똥을 먹는다.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2~3배나 길다. 이 덕분에 평지와 오르막에서는 최대 시속 80km의 날쌘돌이가 된다. 하지만 장거리와 내리막에서는 젬병이다. 꼬리는 짧고 털이 많이 뭉쳐 있어 동그란 솜뭉치 모양이다. 꼬리를 세우면 경계의 표시이고, 내리면 복종한다는 뜻이다.

토끼는 다산()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다. 수컷은 틈만 나면 짝짓기를 시도하고, 암컷은 시도 때도 없이 새끼를 밴다. 임신 기간은 한 달이며 1년간 무려 40여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무리 중 70%가 죽어도 1년 내에 원래 숫자를 회복할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서양에서 토끼는 ‘플레이보이’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사 기록에서 토끼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고구려 6대 태조왕 25년(서기 77년)이다. 기록에 따르면 그해 10월 부여국에서 온 사신이 태조왕에게 뿔 3개가 있는 흰 사슴과 꼬리가 긴 토끼를 바쳤다고 한다. 고구려 왕은 이를 상서로운 짐승으로 여겨 죄수들을 풀어주라는 사면령을 내렸다.

토끼는 지혜와 슬기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꾀보로 통한다. 거북 등을 타고 용궁까지 갔다가 기지를 발휘해 탈출하는 〈별주부전〉 이야기는 《삼국사기》에도 나오는 설화다. 신라 태종무열왕이 되는 김춘추가 외교사절로 활약할 때 고구려에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정탐꾼으로 몰려 죽게 됐다. 김춘추는 보장왕의 충신 선도해에게 뇌물을 바치며 살려줄 것을 부탁했다. 뇌물을 받은 선도해가 넌지시 일러준 게 바로 토끼전이다. 서양에서 ‘토끼발’은 행운의 징표로 통한다.

토끼는 유순한 동물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작고 귀여운 토끼는 애완용으로도 인기 있다. 낯을 가려 마냥 착해 보인다. 겁먹은 듯한 눈과 놀란 듯이 쫑긋 세운 귀는 영락없는 겁쟁이 모습이다.

토끼는 연약하고 겁이 많다? 글쎄다. 동물 세계에서 보여주는 토끼의 형태는 생긴 것과는 딴판이다. 경계심이 높아 화를 잘 낸다. 화가 나면 ‘크크크’ 소리를 내거나 뒷다리로 세게 땅을 ‘쿵쿵’ 내리치며 상대를 위협한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습성이 매우 강하다. 자기가 구축한 아성에는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게 한다. 영역 다툼을 할 때는 인정사정없는 폭군으로 돌변한다. 영역을 침범하면 가차 없이 공격한다. 앞발을 들어 가격하고, 날카로운 이빨로 상대방을 물어뜯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토끼는 겁쟁이다? (의심 많은 교양인을 위한 상식의 반전 101, 2012. 9. 24., 끌리는책)

'재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인종  (0) 2017.07.25
에디슨  (0) 2017.07.25
비행기  (0) 2017.07.25
햄버거  (0) 2017.07.25
고추  (0) 2017.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