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 / 김종태
1.
고요한 세상에 바람 한번 건듯 부니
이제 천지는 개벽하고
도(道)로써 이 세상을 꾸려봐야겠구나
새로운 세상은 무엇으로 이끌어 나갈까?
힘이나 겉모습이나 돈이 아닌
마땅히 사람이 가져야 할 예(禮)로써 해보자
모든 생명 한번 왔다가 가는 길이니
이왕이면 아름다운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당연히 미(美)가 기본에 배어 있어야 하겠지?
한번 분 변화의 물결은
波(파)도를 타고 흐르고 흘러
온천지에 그 소리 가득 차도다
率(솔)은 온갖 음의 중심이니
복잡한 모든 음을 이끌고
앞서고 뒤서고 모범을 보일지어다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소리를 망라(網羅)하고
아기자기 알록달록 모든 박자를 나열(羅列)하여
새시대에 맞는 새노래로 꾸며 보자꾸나
시절(時節)을 따라 음정을 맞추고
세월을 따라 가락을 맞추니 드디어
시인(詩人)의 입에서 시(詩)가 흐르게 하자
2.
온 마음을 가다듬어 정성을 내불매
도미솔에 남녀가 흥얼거리고
천지의 기운을 들이마시니 레파라시에
노소가 어깨춤을 추는구나
마흔 개가 넘는 네 작은 네모 구멍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구구절절 내뿜고
두 손 안에 잡히는 네 가녀린 몸매마다
온천지의 아름다움을 채워보련다
핸드백마다 다 들어갈 수 있고
주머니마다 기꺼이 들어가고도 남는
네 그 작은 몸짓 어디에서
그리도 많은 재주를 지녔느뇨
니나니 나니나 니나니나
혼자 멜로디도 소리 내고
궁잣궁잣 궁자자 잣자
혼자 장단도 맞추는구나
한껏 베이스로 재주를 부리면
골짜기마다 즐거운 장조가 휘몰아치고
맘껏 떨림으로 물결모양을 주면
벌판마다 구슬픈 단조가 철철 넘치네
초등학생 석 달이면 동요를 불어제끼고
낼모레 구십 노인도 일년이면 가요를 부르네
어린 학생 한번 배우면 평생 가는 재주 하나고
어르신들 한번 배우면 공연 다닌다고 즐거워 하네
악기 작고 값싸고 배우기 쉽고
폐 건강에 좋고 치매까지 예방한다니
이 세상 살아가면서 평생 한번 해 볼일은
더 늦기 전에 하모니카 친구 한번 삼는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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