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우드극장 아래 참 희한한 벽그림이 있다
낙원동에는 송해의 흉상이 있기도 하다
아무 연관이 없을 듯한 송해와 오드리햅번이
한자리에 앉아 있는 그림을 보면서 생각을 해 본다
얼핏 보면 고인이 된 오드리햅번이 누나일 것 같지만
송해가 두살 위 오빠뻘이다
늘 궁금한 것은 햅번이 입에 문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여기저기 뒤져보니 그것은 유명한 햅번파이프 라고
담배 파이프였다
햅번은 골초였단다
독일 정부가 유명인사들을 넣은 기념우표시리즈를 만들었는데
햅번은 긴 파이프를 물고 익살스럽게 표정을 지은 우표를 만들었다
근데 햅번의 아들이 이 사실이 마음에 안 들어
독일정부에게 발행중단을 요청했고 독일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발행된 기념우표를 모두 회수해서 소각처리했는데
누군가가 이때 몇장을 빼돌려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발행중지를 요청한 아들도 멋지고
이를 받아들여 이미 발행된 우표를 전량 소각한 독일도 멋지고
익살스럽게 파이프를 문 햅번도 멋지고
더 멋진 것은 골초 햅번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뭐라고 평가하지 않은 그 당시의 언론 세상 인심이다
64세로 세상을 떠난 햅번은 50세때부터는
영화계 은퇴 후 유니세프 대사로 인권 운동과 해외 봉사 활동에 참가해
제3세계 오지를 찾아다니며 아동 인권 보호에 헌신했다
햅번은 미국영화협회가 뽑은 역대 가장 훌륭한 여성 스타 3위에 올랐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만인의 역적처럼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
담배를 끊은 것을 후회하는 나는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술 담배를 일체 안 하고 의료보험체계가 잘 된 우리나라 현실에서
경제활동도 못하면서 90세까지 골골골 살면서 의료재정 축내고
젊은 세대에게 얹혀 살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일자리는 없는데 오래만 살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게 과연 행복일까? 오래 산다는 게 행복일까?
단지 수명만 늘리는 것은 어찌 보면
의료계에 필요한 몰모트가 되는 것은 아닌가?
오래 살기보다는 훌륭한 일을 많이 하려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출산율은 떨어져 젊은 인구는 줄어들고 노인들만 득시글거리고
단지 수명만 늘려 놓아서 국가재정은 노인층 의료비에 휘청이면
나라가 가난해지고 나라가 사라져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나부터 노인이 되어 풀풀 냄새를 풍기며 폼에 나라 걱정을 해본다
나라는 노인의 수명을 늘리기보다는 노인의 일자리를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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