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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찾는 60대

U블럭 2018. 7. 16. 06:37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한국 대중가요는 기쁨과 위안의 도구였고, 때로는 슬픔과 절망을 표현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수단이었다. 노래 속의 즐겁고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가 감동과 편안함을 주기도 하고, 우리가 슬픔에 빠져 힘들어할 때 노래를 들으며 용기를 얻고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대중가요는 우리 역사 속에서 시대상을 반영하고 대중의 심리를 대변하는 ‘사회적 공용어’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일제의 수탈과 억압, 그리고 온갖 애환이 서린

도시 목포의 한(恨)을 표현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1935년)’이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 1936년)’ 등 나라를 빼앗긴 비통함은 이렇게 절절한 노랫말로 이어졌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한복남의 ‘빈대떡 신사’ 1943년)’라고 흥얼거리며 시대의 핍박과 가난을 이겨내기도 했다.


1945년 광복이 되자 일주일 만에 ‘사대문을 열어라 인경(人定)을 쳐라. 반만년 옛터에 먼동이 튼다’는 가사로

독립의 기쁨을 표현한 ‘사대문을 열어라’가 나올 만큼 대중가요는 우리 역사와 함께 했다. 현인은 ‘너도 나도

부르자 희망의 노래, 다 같이 부르자 서울의 노래’라며 희망을 노래했다. 남인수는 ‘다 같은 고향 땅을

가고 오련만, 남북이 가로막혀 원한 천리길’이라는 ‘가거라 삼팔선’을 부르며 실향과 분단의 아픔을 노래했다.

1950년 6·25전쟁 중에도 대중가요는 명맥을 이어갔다. 전쟁 중에도 꽃이 피고 아이가 태어나듯 노래도 생겨난

것이다. 현인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라는

 ‘전우여 잘 있거라’를 노래했다. 이 밖에도 ‘전선야곡’ ‘임 계신 전선’ 등 많은 가요가 나와 비참하고 아픈 시대를 함께 이겨냈다.


6·25전쟁 이후에는 피난민과 실향민의 아픔과 고통의 정서를 담은 ‘이별의 부산정거장’ ‘단장의 미아리고개’

‘굳세어라 금순아’ 등의 노래가 발표돼 우리 민족의 한을 달랬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를 가고 길을 잃고 헤매였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 이후

나 홀로 왔다.’ 1953년 현인이 발표한 ‘굳세어라 금순아’는 흥겨운 트로트 리듬의 가요지만 노랫가락에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이 노래에는 최근 많은 인기를 누렸던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인 ‘흥남철수’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의 대중가요는 당시 시대성을 담아내며

많은 사람들이 같이 공감하고 어우러지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 서울 마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신중년(60~75세)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배우고 있다. 

 

TV방송 개막으로 대중가요 빠르게 진화
1960년대 TV방송이 개막하면서 대중가요는 빠르게 진화한다. 1961년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시작으로

최희준의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 ‘맨발의 청춘’ ‘하숙생’ 그리고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등 다채로운 장르의 노래가 출현했다. 조국을 잃은 슬픔과 전쟁의 아픔을 담은 한의 정서에서 조금씩 흥(興)의 정서로 변화해 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 어렵던 시절에도 ‘사랑’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노란 샤쓰 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 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 히스테리가 이만 저만, 데이트에 좀 늦게 가면 하루 종일 말도 안해’라는  사랑을 주제로 한 흥겨운 노래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970년대는 송창식·이장희·김세환·양희은·김민기 등의 통기타와 포크음악에 열광했고, 남진·나훈아·조미미·

심수봉·최헌 등의 트로트 열풍이 휩쓸기도 했다. 1980년대는 조용필·이선희 등 명가수가 나와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을  울리는 노래를 들려줬다. 이문세·이승철·변진섭·소방차·김완선·주현미 등이 활동하며 발라드·

댄스·록·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가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HOT’ ‘핑클’ 등 아이돌 가수가 등장해 젊은 층까지 대중가요의 저변이 확대되기도 했다. 또 신승훈·이승환·신해철·강수지·듀스· 룰라 등이 큰 인기를 끌며 발라드·록·댄스·랩·테크노 등으로 장르가 대폭 확장됐다.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삶 속에서 70년 동안 발전해 온 대중가요는 이제 세계인을 사로잡는 한류의 첨병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미국 빌보드를 넘나들며 월드스타로 탄생해 세계인을 춤추게 했고,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의 아이돌 그룹은 해외 시장을 누비며 소녀 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최근 광복 70주년을 맞아 지난 70년 동안 한국 대중가요에 가장 많이 쓰인 가사에 대한 재미있는 분석이 발표됐다. 
분석 결과, 광복 직후인 1945~50년을 제외한 1951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 대중가요에 가장 많이 등장한 가사는 바로 ‘나’였다. 그 뒤로 ‘너’ ‘사랑’ ‘그대’ 순이었다. 이는 시대별로 상황은 달랐지만 노래를 통해 ‘나’라는 주체를 드러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 위안과 위로를 전해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즘 한강변이나 둘레길을 다니면 배낭을 메고 산책을 하거나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는 신중년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중에 음악을 크게 틀고 다니는 분이 있는데, 아마도 많이 듣는 노래 중 하나가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라는 경쾌한 멜로디의 노래가 아닐 듯싶다. 이 노래는 오승근이 2012년 발표한 ‘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곡인데,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끌더니 최근까지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한국 갤럽이

조사한 ‘2014년 한국인의 애창곡’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는 가사에는 100세 시대를 맞아 바뀐 우리의 연애, 결혼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성이 78.5세, 여성이 85.1세로 크게 늘어나고 있고, 이와 함께 이혼과 재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20년 이상 같이 산 부부가 ‘황혼이혼’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한 부부 중 ‘황혼이혼’의 비율은 전체의 28%에 달한다. 예전에는 자식을 위해, 그리고 남의 눈 때문에 참고 살았던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은퇴 이후 길게는 30년에 달하는 긴 시간을 참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혼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0년간 재혼 남성은 93.5%, 재혼 여성은 227.6%

증가했다. 특히 재혼 여성 중 50대 이상 비중은 1982년 6%에서 2012년 21.8%로 급격하게 늘었고, 남성의

경우에도 15.5%에서 35.6%로 늘어 인생 황혼기에 새로운 동반자를 찾는 황혼 재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995년 김광석이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리메이크해 불러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1990년대만 해도 60대는 
노인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제는 60~75세를 ‘신중년’으로 부른다. 신체적으로 젊고 건강하고 사고방식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나요~’라는 관조적인 느낌의 노래 ‘가는 세월’ ‘구름나그네’ 등으로 인기가

많았던 70년대 포크음악을 이끌던 가수를 기억하는가? 바로 서유석이다. 그가 70대에 접어든 나이임에도

최근 25년 만에 신곡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를 발표하며 돌아왔다.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할거야, 서양말을 배우고 중국말도 배우고 아랍말도 배워서 이 넓은 세상 구경 떠나

볼 거야’라는 가사는 요즘 건강하고 의욕에 넘치는 신중년의 생각을 잘 대변한다. 모 방송에서 유명 고령

연기자들이 황혼 배낭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담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실제로 여행지에서 청바지를

멋지게 입고 여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신중년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강변에서 아침 일찍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도

신중년 세대다.

지역 복지센터에서 컴퓨터, 외국어 등을 열심히 배우는 신중년도 늘어나고 있고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자원봉사를 즐겁게 하는 신중년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100세 시대 맞아 바뀐 연애·결혼 인식
신중년 세대는 인터넷 이용률이 높고 스마트기기와도 친숙하다. 6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50.6%에 이르며

‘자료나 정보를 얻기 위해’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60대의 스마트폰 보유 비율은 35.9%로 높아졌고, 카카오톡 등 메신저 이용률은 55%에 달한다. 이제 신중년 세대도 인터넷과 스마트기기를 통해 가족이나 친구와 손쉽게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최신 정보를 습득하며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7080시대 가수의 반가운 컴백은 이뿐 아니다. 짙은 허스키에 영혼을 울리는 바이브레이션 창법으로 ‘진정

난 몰랐네’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등을 불러 많은 인기를 모았던 ‘소울 음악의 대모’ 임희숙. 올해 데뷔

52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무대에 오를 때면 긴장한다는 그녀는 최근 신곡 ‘어떻게 좀 해봐’를 발표하며 팬들에게 돌아왔다. ‘어떻게 좀 해봐 삐뚤어진 지금 흔들리는 세상, 씨 뿌리고 가꾼 만큼 잘 사는 그런 세상 만들어봐’라는 노래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내서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만약 어디에선가 어떤 이유로든 실의에 빠져 낙담하고 있는 신중년이 있다면, 서유석과 임희숙의 노래를 힘차게

따라 불러보자.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씨 뿌리고 가꾼 만큼 잘 사는 그런 세상 만들어봐~.”


기사: 신혜원 한화생명은퇴연구소 연구위원
사진: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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