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다 / 이어령]
길 가던 한 젊은이가 양치기 할아버지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아테네로 가는 중인데
할아버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쳐다보기만 합니다.
"해 저물기 전에 아테네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구요?"
대답이 없자
젊은이는 욕을 하고는 그냥 가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제야 할아버지는
걸어가는 젊은이의 뒷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습니다.
"이 보게, 젊은이!
그런 걸음걸이로 가면 해 지기 전에 갈 수 있겠네!"
사람에 따라 걸음걸이는 다 다르지요.
그래서 할아버지는 젊은이의 걷는 모습을 보고 난 다음에
정확한 대답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한양으로 가던 젊은이가
밭에서 일하던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아주머니 한양까지 몇 리나 남았나요?"
"고개 넘어 십 리만 더 가슈."
이번에는 밭에서 일하던 아저씨에게 물었습니다.
"고개 넘어 십 리만 더 가슈."
이번에는 밭에서 일하는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이번에도 또 고개 넘어 십 리만 더 가면 된다고 하자
나그네는 화를 냈습니다.
"고개 넘어 십 리라고 하더니 또 십 리예요?"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시면서 말했습니다.
"어차피 갈 길인데 멀다고 하면 맥만 빠지지.
십 리쯤 남았다고 하면 기분도 좋고 기운도 날 게 아닌가."
- 출처 /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중에서
- 그림 / Izumi Kogahara 일본작가
- 음악 / Le vent, le cri(바람소리) / Ennio Morricone
Le vent, le cri(바람소리) / Ennio Morric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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