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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다 / 이어령

U블럭 2018. 9. 20. 21:29


    [길을 묻다 / 이어령] 길 가던 한 젊은이가 양치기 할아버지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아테네로 가는 중인데 할아버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쳐다보기만 합니다. "해 저물기 전에 아테네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구요?" 대답이 없자 젊은이는 욕을 하고는 그냥 가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제야 할아버지는 걸어가는 젊은이의 뒷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습니다. "이 보게, 젊은이! 그런 걸음걸이로 가면 해 지기 전에 갈 수 있겠네!" 사람에 따라 걸음걸이는 다 다르지요. 그래서 할아버지는 젊은이의 걷는 모습을 보고 난 다음에 정확한 대답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한양으로 가던 젊은이가 밭에서 일하던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아주머니 한양까지 몇 리나 남았나요?" "고개 넘어 십 리만 더 가슈." 이번에는 밭에서 일하던 아저씨에게 물었습니다. "고개 넘어 십 리만 더 가슈." 이번에는 밭에서 일하는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이번에도 또 고개 넘어 십 리만 더 가면 된다고 하자 나그네는 화를 냈습니다. "고개 넘어 십 리라고 하더니 또 십 리예요?"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시면서 말했습니다. "어차피 갈 길인데 멀다고 하면 맥만 빠지지. 십 리쯤 남았다고 하면 기분도 좋고 기운도 날 게 아닌가." - 출처 /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중에서 - 그림 / Izumi Kogahara 일본작가 - 음악 / Le vent, le cri(바람소리) / Ennio Morricone
Le vent, le cri(바람소리) / Ennio Morric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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