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서스펜디드 커피

U블럭 2019. 5. 4. 08:43

서스펜디드 커피




달 탐사에 나섰던 우주선 아폴로 13호는 
산소탱크가 파열되는 사고를 겪으면서 어렵게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그들이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돌아올 때, 
나사에서 귀환하는 우주인들을 반기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지금
뜨거운 커피를 향한 길을 오고 있는 것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는 한가한 사람의 여유이거나
감상적인 순간에 어울리는 것만은 아니다.
일상에 지치지 않도록 내가 나를 기다려주는 시간,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는 귀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커피 한 잔, 서스펜디드 커피.

돈이 없어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노숙자나 가난한 
이웃을 위해 누군가가 미리 비용을 지불하고 
맡겨두는 커피를 이렇게 부른다.
100년전 이탈리아 나폴리의 한 카페에서 시작된 
서스펜디드 커피는 커피를 주문하면서 가난한 
사람을 위한 커피 한잔을 더 주문하고 미리 계산해
두면 된다.
그러면 가난한 누군가가 찾아와서 
'서스펜디드 커피 있나요? 하고 물을 때 
미리 기부된 커피를 내어준다고 한다.




한 잔의 커피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있을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차 한 잔 마실 여유가 
필요하다.
'생존'보다 '인간의 품위'를 인정하고 선물하는 
것이어서 서스펜디드 커피는 더욱 의미 있다.
지진이 일어나 하루아침에 생활의 터전이 무너진 
곳에서도 사람들이 항상 원했던 것은 차 한 잔 마실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차 한 잔의 시간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아름다운 힘을 가지고 
있다.
생과 사를 넘나들며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사람들을 향한 인사 역시 '한 잔의 커피'였던 것처럼
ᆢ.









과시하지 않는 익명의 작은 커피 선물,
주머니가 풍족한 사람들의 여유가 아닌
마음의 여유가 가득한 사람들만이 실천할 수 있는 
절대 나눔의 선물.
커피 한 잔으로 조금씩 더 따뜻해지는 세상.

 

 

'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뢰  (0) 2019.06.07
양파  (0) 2019.05.07
두드러기   (0) 2019.05.03
절대 때를 밀면 안 된다  (0) 2019.04.30
독학으로 의대합격한 청년  (0) 2019.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