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이라는 식물의 잎이다
백선은 운향과(귤 같은 종류)의 식물 중 유일한 초본(풀)이다
누군가 백선 잎을 저렇게 갉아먹었다
물론 애벌레 짓이다
백선을 좋아하는 어떤 나비 종류가
백선 잎에 알을 낳고
그 알이 깨면서 애벌레가 되어 백선 잎을 죄다 갉아먹고
커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갔을 것이다
애벌레도 참 개구장이이다
제가 좋아하는 곳만 갉아먹었다
몇몇 잎사귀를 몽땅 먹어치우면 나머지 잎들은 싱싱할 것인데
여기 저기 조금씩 갉아먹었다
백선은 그런 나비나 애벌레를 나무라지 않는다
나비는 제가 좋아하는 식물의 잎에다가 알을 낳는다
그래야지만 애벌레가 그 잎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물론 나비가 되어서는 여기 저기 다른 꽃들을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알을 낳고 자기 일생을 마쳐야 할 때에는 어김없이
자기가 애벌레 때 먹던 그 식물 잎을 찾아온다
식물은 아낌없이 주는 것이다 - 비록 잎이 너덜거리고
그 때문에 생존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더라도
자신을 좋아하여 찾아오는 나비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구도 어쩔 수없는 나비와 그 식물의 운명이다
사랑도 그런 것이다
거부하지 않는 사랑
운명적인 사랑
배추흰나비가 배추만 찾듯이
나만 찾는 나비가 그립다
그 나비에게 나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싶다
사진,글,하모니카 연주 : 김종태(시인,하모니카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