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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

U블럭 2013. 10. 22. 04:42

 

 

 

 

 

 

 

 

 

 

 

며드는 것

 

         ...안도현 詩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쩔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시집『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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