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먹게
장마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잔이나 비우게
자낸 다 나쁜데 그게 가장 나뻐
이러니 저러니 해봐야 뭐가 달라지겠나
괜히 귀만 더러워지지
몸으로 나설 게 아니라면
몸으로 부딪쳐 깨뜨릴 게 아니라면
말하지 말게
말 많은 집은 장 맛도 쓰다고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네
말로야 못할 게 뭐 있나
이놈의 세상 말 몇마디에 좋아질 것 같았으면
벌써 좋아졌지
자네 요즘 시인이 얼마나 많은지 아나
개나 소나 다 시를 쓰는데
세상은 왜 늘 이 모양인지 정말 모르겠네
자, 술이나 먹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내 잔이나 받게
백창우, 술이나 먹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