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볼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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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6월에 출시된 노란색 모나미 볼펜 153과 올해 1월 출시 예정인 메탈버전 |
1963년 5월 첫 출시 이후 50년 가까이 흰색 디자인을 고수해오던 '국민볼펜' 모나미가 2011년 6월 노란색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모나미 볼펜하면 흰색 볼펜을 떠올린다. 그만큼 모나미의 디자인 변신을 알아챈 이가 많지 않다.
50년 만에 모나미에 노란색을 입힌 그 변신의 의미는 무얼까?
모나미 디자이너 마현석 과장은 "흰색 볼펜은 소비자 곁에 오랜 친구로 함께해오면서 친숙한 이미지를 전달하지만 동시에 '너무 흔하고 존재감이 부족한 제품, 잃어버려도 아쉽지 않은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창의적인 이미지를 더하고 싶었다"고 노란색으로의 변신 이유를 설명했다.
노란색 모나미 볼펜은 노홍철?
마 과장은 단순함과 절제라는 모나미 볼펜 본연의 매력을 해치지 않는 가운데 혁신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내는 데 고충이 컸다고 토로했다. 그는 "더하면 과해지고 덜면 밍밍해지기에 디자인에 변화를 주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혁신 과정에서 펜 꼭지 부분에 클립을 부착 하는 것, 펜을 돌려서 사용하도록 작동 방식을 바꾸는 것 등 여러 시도를 해 보았으나 모나미 본연의 순수함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 보류했다.
▲ 모나미 디자이너 마현석 과장 |
그는 "모나미의 디자인 철학은 '단순함'과 '실용성'으로 대변되는데, 유명 순수 기능주의 디자이너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이 말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를 정확히 구현한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기존 형태는 보존하되 컬러만 바꾸기로 결정했다. 경쟁사가 채택한 주황색을 먼저 배제했고 파스텔톤도 논의 끝에 선택하지 않았다. 오랜 고심 끝에 선택한 컬러는 노란색이었다.
마 과장은 노란색은 명도가 높아 주목도가 특히 높다며 '나 여기 있어요, 알아주세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 노란색의 이미지는 밝고 긍정적이며 사교적이어서 "사람으로 치면 노홍철과 같다"라고 풀이했다.
컬러 이외에 또 하나의 디자인 혁신을 들자면 필기선의 굵기가 기존 0.7mm에서 1.0mm로 늘었다는 점이다. 굵은 필기선을 선호하는 고객층을 포섭해 시장 장악력을 키우기 위한 시도였다.
디자인 변신한 모나미…'그래도 본질은 서민'
시장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여백의 미를 살린 모나미 디자인을 변형시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 과장은 "소수의 전문가 의견 때문에 다수 소비자의 선호를 놓칠 필요는 없다"고 모나미의 디자인 변신을 변호했다.
한편 모나미는 올해 고급화도 시도한다. 서민적 이미지의 모나미 볼펜에 고급스런 금속 소재를 입힌 1만원대 메탈 버전(가칭)이 올 1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마 과장은 "이율배반적일 수 있지만 서민 브랜드라는 모나미가 가진 저가 이미지가 싫었다"며 "'잃어버려도 아쉽지 않은 펜'이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묵직한' 느낌의 펜을 내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흰색 볼펜은 순백의 흰 저고리, 노란색은 색동저고리, 메탈은 수트를 입은 사람에 비유할 있다"며 "노란색 볼펜과 메탈 볼펜을 계기로 모나미의 브랜드 이미지는 다양해지겠지만 모나미 볼펜은 여전히 서민과 함께하는 볼펜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1963년 5월 첫 출시된 흰색 모나미 1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