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합니다, '아저씨'로 진화한 그대여
응원합니다, '아저씨'로 진화한 그대여
- [때론 사자처럼 때론 시바견처럼… 이 시대 중년 남성의 재발견]
日 인기 만화 '시바 아저씨'서 충직한 성향의 시바견에 빗대
기 못 펴는 모습 안쓰럽게 그려… 다큐 '아버지…'서도 동물 비유
"중년남, 내면 보이는 데 서툴러… 책임감 짊어지며 변해간 것"

일본 작가 네코 마키가 그린 '시바 아저씨'는 기혼의 중년 남성을 '시바견'(일본이 원산지인 충직하고 온순한 성향의 견종)에 빗댄다. 비하나 희화가 아니다. 가정과 직장에 충실한 그들의 모습이 충직하고 의리 있는 시바견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기대 여성이나 약자에게 갑질하는 40~50대 중년 남성을 비꼬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가운데, 이 책은 국내 출간 한 달 만에 3쇄를 찍을 만큼 인기몰이 중이다. 아저씨의 재발견이다.
◇'아저씨'란 이유만으로 눈치 보여
최근 '아재' '아재파탈'이라는 단어들이 유행할 정도로 중년 남성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다. 50대와 40대는 각각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와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다. 통계청에서 최근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가구주로 있는 가구의 평균 소득 역시 전 연령대 통틀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사회 주류로 자리 잡은 이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한·일 양국에서 '시바 아저씨'가 인기를 끈 것은 이들을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회사에서도 이리저리 치이는 안쓰러운 존재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주인공인 시바야마 타로(43)는 아내와 두 딸, 어머니와 함께 사는 과장급 샐러리맨이다. 아이돌 여가수를 가리켜 "귀엽다"고 했다가 딸들에게 "징그럽다"고 타박을 받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신입사원과는 도저히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가면 아내는 딸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놀러 가서 그는 인스턴트 음식을 데워 먹기도 한다. 담배를 피울 곳이 없어 강변에 나가면 같은 처지의 시바 아저씨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한상원(42·회사원)씨는 "이 책을 20쪽도 채 못 읽고 울컥했다. 요즘 들어 단지 내가 '아저씨'란 이유만으로 얼마나 눈치 보고 주눅 들어 지냈는지…."

지난달 EBS다큐프라임에서 방영한 '아버지의 이름으로' 역시 남성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아버지를 사자, 늑대, 여우, 원숭이 등과 비교해서 만든 3부작 다큐멘터리다. 겉으로는 게으르고 무심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수컷 사자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내고, 늑대처럼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살고 싶지만 직장에서는 비굴하게 상사 눈치 보고, 집에 오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아저씨들을 다루고 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김미경 가족관계 상담전문가는 "(중년 남성들은) 관계를 맺는 데 많이 서툴러서, 그 관계를 가지고 밀접하게 가까이 가서 자기라는 남자를, 자기라는 인간을 내보이는 것을 아주 두려워한다"고 했다.
◇아버지가 '꼰대'인 줄 알았지만…
세 명의 웹툰 작가가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쓴 책 '우리 집 꼰대'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이들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정가연 작가는 아버지가 골프와 일, 술에 젖어 사는 '꼰대'인 줄 안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형 밑에서 크면서 대학에 합격하고도 가지 못한 아픔 때문에 꿈도 포기하고 건축 설계일을 하면서 자녀들을 응원해왔다. 그
정 작가는 아버지를 인터뷰하면서 "자식들이 아무 응원군 없이 홀로 힘든 인생을 살아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아버지의 의식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에선 '꼰대'를 이렇게 정의한다. '한 남자를 꼰대로 만든 유전자의 본질은 아버지라는 이름이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이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