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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U블럭 2017. 7. 25. 07:07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태곳적부터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850년경 서양의 어느 왕은 양팔에 날개를 붙이고 아폴론 신전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도 하늘을 나는 이카로스(Icaros)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카로스는 크레타의 미노스 왕에게 붙잡혀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의 미궁에 갇혔다. 어느 날 이카로스는 아버지와 함께 밀랍(초를 만드는 재료)과 새의 깃털로 만든 커다란 날개를 달고 하늘로 달아났다. 그런데 흥분한 나머지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잊고 더 높이 날아올랐다. 그는 결국 날개가 태양에 녹는 바람에 바다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고대 이래 시대의 선각자들은 비행의 꿈을 실현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19세기 ‘공상과학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작가 쥘 베른(1828~1905). 그는 하늘을 나는 이야기를 써서 밀리언셀러 작가가 됐다. 《기구를 타고 5주일》(1863), 《80일간의 세계 일주》(1873) 등 비행에 관한 그의 책들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려나갔다.

우리나라에도 일찍이 하늘을 난 기록들이 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정평구라는 사람이 비차()를 만들었다. 비차는 역사서에 기록돼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글라이더다. 조선시대 실학자 신경준(1712~1781)이 지은 《여암전서() 책차제()》에 “임진왜란 때 김제 사람 정평구가 영남의 읍성이 왜적에게 포위됐을 때 성의 우두머리에게 비거의 법을 가르쳐 이것으로 30리(12km) 밖으로 날아가게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정평구의 비차는 비행 기록만 있을 뿐 정확한 그림 자료가 없다. 그래서 하늘에 대한 첫 도전으로 기록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새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은 인간의 원대한 꿈은 라이트 형제가 세계 최초로 테이프를 끊었다. 형 윌버 라이트(1867~1912)와 동생 오빌 라이트(1871~1948)가 역사의 주인공이다. 라이트 형제는 미국 인디애나 주의 작은 농장에서 각각 셋째 아들과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윌버는 1912년 장티푸스를 앓다가 비교적 젊은 나이인 45세의 나이로 숨졌고, 동생 오빌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3년 후인 1948년 7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키티호크 해안. 1903년 12월 17일 목요일 오전 10시 35분경. 라이트 형제는 인류 최초로 비행에 성공하며 세계 항공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들이 만든 비행기 ‘플라이어(Flyer)’는 가로 폭 12m, 세로 폭 2m, 두 겹의 날개에 무게는 274kg. 나무를 뼈대로 하고 광목천으로 뒤집어씌운 후 위와 아래 날개를 버팀줄로 이었다. 플라이어호는 81kg의 가솔린 엔진, 날개와 승강키, 그리고 방향키라는 3개의 키를 가지고 자유롭게 비행 조종할 수 있었다.

역사적인 비행은 동생 오빌이 맡았다. 그는 4.5m 길이의 나무 4개에 금속을 덧씌워 만든 활주로를 달려 마치 거대한 새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치솟았다. 그리고 12초 동안 36m를 날아갔다. 12초 동안의 아주 짧은 비행이었지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하늘을 정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플라이어호는 연료를 태워 프로펠러를 돌리고, 이를 통해 추진력을 얻은 최초의 비행기였다. 두 번째 비행은 59초 동안 243.84m를 날았다. 이 비행 성공을 위해 이들 형제는 7년 이상의 시간과 거금 1000달러를 투자했다.

1904년 봄에는 플라이어 2호를 제작했다. 1호기보다 더 높은 마력의 엔진을 장착했다. 상하, 좌우로 조종하는 문제도 해결했다. 1905년 플라이어 3호는 40km를 38분 만에 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미국 정부에 특허를 신청해 1906년 특허번호 821393호를 받아냈다. 1909년 미 육군에 최초의 군용 비행기를 3만 달러에 팔았다. 비행기 사업이 최초로 상품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와 이탈리아도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를 구입했고, 프랑스는 라이트 조종사 군사훈련학교를 개설했다.

라이트 형제는 직접 만든 비행기를 조종하며 지속적으로 동력을 이용해 플라이어호를 날게 했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 성공은 유럽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라이트 형제가 동력 비행기를 하늘에 띄운 이래 1915년 최초의 전투기가 등장하고, 1935년 여객기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비행기는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고안해냈다? 그렇지는 않다. 놀랍게도 서양에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고안해낸 사람은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다. 다 빈치로부터 비행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과 형태가 시작됐다. 다 빈치가 비행 이론의 원조인 셈이다.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불후의 명작을 남긴 그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꼽힌다. 건축가, 공학자, 생물학자일 뿐 아니라 발명가로도 일가를 이뤘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낙하산을 생각해내고 스케치를 남긴 사람도 다 빈치였다. 그의 헬리콥터, 비행기, 낙하산 등의 고안 및 설계는 오늘날 헬리콥터의 원조가 됐으며 비행기의 모태가 됐다.

다 빈치는 인간의 비행에 대해 처음으로 체계적인 연구와 실험을 한 사람이다. 새를 자연이 만들어낸 근사한 비행기라고 생각한 그는 새의 비행 원리와 생리학에 관해 철저히 탐구했다. 그리고 10년 이상의 연구 결과를 〈새들의 비행에 관해〉(1505)라는 자료에 상세히 기록했다. 18쪽 분량의 이 자료는 당시 과학기술 수준으로 보면 매우 놀랄 만한 통찰력을 보여준 것으로 항공기 역사상 최초의 과학적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비행기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라이트 형제다? (의심 많은 교양인을 위한 상식의 반전 101, 2012. 9. 24., 끌리는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