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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종

U블럭 2017. 7. 25. 07:18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영화나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인육을 먹는 사람, 식인종(). 식인종은 정말 있을까.

적도 아래에 있는 파푸아뉴기니 섬은 빽빽한 열대우림과 험한 지형 때문에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야생지로 불린다. 이 섬에 식인부족이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유럽에 잘 알려져 있었다. 파푸아뉴기니의 포어족은 최근까지도 동족의 시신을 먹었다고 한다.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안 군도와 뉴질랜드의 일부 섬 지역에서도 식인 풍습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식인 풍습을 가진 종족에 관한 기록은 고대 문헌에서도 발견된다.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은 순종하지 않는 인간들에게 그들이 서로를 잡아먹게 되리라고 경고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오르페우스가 인류에게 식인을 금지하고 농사짓는 법과 문자문명을 가르친다.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에는 사람 잡아먹는 거인족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이 나온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세상 끝에 있는 아시아에 식인종이 살고 있다고 기록했다.

인간이 인육을 먹는 관습을 카니발리즘(Cannibalism)이라고 한다. 이 단어는 카리브해의 식인종으로 알려진 카리브족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카리브’가 스페인 사람들의 착오로 ‘카니브’가 되고, 여기에서 식인종을 뜻하는 ‘카니발’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활약하던 대항해시대다. 당시 문명화된 유럽인의 관심은 황금 다음으로 식인종에게 있었다. 아메리카를 미개한 대륙으로 생각한 유럽인들은 벌거벗은 식인종을 신대륙의 상징으로 묘사하곤 했다.

어떤 연유에서든 식인종은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식인종은 배가 고파서 사람을 잡아먹는 것일까? 글쎄다. 식인종이라고 해서 아무나 잡아먹지 않는다. 나름의 원칙이 있다. 그들이 먹는 것은 다른 부족과 전투해서 잡은 포로나 외지인 포로 정도다. 문화인류학에서는 카니발리즘을 몇 가지 형태로 나눈다. 직계가족이나 친족의 몸을 먹는 경우, 혈육이 아닌 다른 부족을 먹는 경우, 제의의 일부로 죽은 사람의 몸을 먹는 경우, 자신의 몸을 먹는 경우 등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나 작은 섬 지역에서 식인 풍습이 생긴 원인은 대략 3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인구 문제다. 작은 섬에서 인구가 늘어나면 식량이 부족해지고 그에 따라 종족끼리 싸우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급기야는 서로 잡아먹는 일까지 벌어져 식인 풍속이 정착됐다는 가설이다. 더군다나 문명과 동떨어진 원주민들은 식인 풍습의 야만성을 깨닫지 못하고 오랜 세월 동안 식인 풍습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둘째, 슈퍼맨 지향성이다. 식인종들은 처음에는 배고픔 때문에 사람을 잡아먹었지만 그 과정에서 이왕이면 ‘좋은 먹을거리’를 찾게 된다. 그때 돋보이는 것이 우두머리다. 식인종들은 우두머리를 먹음으로써 그의 능력을 갖게 된다고 믿었다.

셋째, 중병을 치료하기 위해 인육을 먹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은 곧 사람의 육신으로 연장할 수 있다고 믿고 인체의 일부나 피를 먹음으로써 불치병을 치료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치료형’ 식인은 인체의 일부분을 희생하는 것이고, 또 야만성에 의한 식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식인 풍습의 원인으로 삼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실제로 사람을 먹으면 병이 치료되기보다는 오히려 위험한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식인종은 배고파서 사람을 먹는다?

지구의 거의 모든 원시종족에서 볼 수 있었던 식인 풍습은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방도로 생긴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심신을 빼앗으려는 생각에서다. 힘센 자의 인육을 먹음으로써 그 사람의 영혼과 힘을 갖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아울러 적대적인 부족에게 공포심을 주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식인종은 배고파서 사람을 먹는다? (의심 많은 교양인을 위한 상식의 반전 101, 2012. 9. 24., 끌리는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