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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릉동 개울장을 거닐다

U블럭 2015. 11. 4. 08:13

 

한때 플리마켓(flea market)은 단순한 벼룩시장의 개념으로 자신이 안 쓰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사고파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더는 단순한 중고품만을 다루는 곳이 아니다.

값싼 가격으로 물품을 사고팔고 정성을 담아 만든 물건으로 개인의 재능과 역량을 드러내는 곳.

거기다 인간미 물씬 넘치는 정(情)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람들과의 교감과 따뜻한 인정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전국으로 플리마켓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마켓을 방문한다면 이어폰은 두고 나가길!

왁자지껄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소리, 신명 나는 몸짓을 두 눈으로 봐야 플리마켓 본연의 느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개울장에 참가한 판매자들은 밀짚모자를 쓴 채 손님을 맞는다. /한준호기자

낡은 중고품만 다루는 곳이 아니라
나만의 손맛 담긴 물건 선보여
인간미 물씬, 소통의 공간으로
전국 곳곳 플리마켓 늘어

 

 

◇개울가에서 나누는 정(情)

시원한 바람이 솔솔 지나가는 굴다리 밑,

카우보이 모자를 쓴 연주자의 노랫소리와 졸졸졸 흐르는 개울 소리가 하나가 돼 화음을 만들어 낸다.

종이 상자로 만든 의자 위에 앉은 어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흥겨운 음악에 몸을 맡기고

엄마를 따라온 꼬마는 있는 힘껏 박수를 친다.

굴다리를 중심으로 양옆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은 판매자들은 손님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다.

강아지와 산책 나온 동네주민, 먼 곳에서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맑은 가을 하늘을 맘껏 즐긴다.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개울장'은

맑은 물을 따라 송사리들이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는 정릉천(貞陵川)을 등지고 물건들을 사고파는 친환경 마을 장터다.

개울장의 규모는 그리 크진 않지만 물품을 파는 가게 외 체험행사들도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굴다리를 중심축으로 한쪽에는 '팔장', 반대편엔 '손장'이 있다.

'팔장'에는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입지 않는 옷, 읽지 않는 책 등 저마다

사연이 있는 중고물품들이 나온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안 쓰는 물건들을 직접 챙겨 개울장에 나오는 꼬마 판매자도 여럿이다.

'손장'에선 직접 만든 물건, 음식을 주로 선보인다.

카페를 운영했던 솜씨를 발휘해 브라우니와 쿠키를 만들어오기도 하고

수제 가방과 파우치를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주머니가 비었어도 개울장은 즐거워

 

 

 

나이 불문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개울장엔 아기자기한 상품들과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한준호기자

 

 

물건 구매 외에도 개울장엔 즐길 것이 많다.

굴다리 밑에 자리 잡은 '미태극장'에선 하루 평균 두 명 정도의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펼치고

개울장 끝에 있는 '개울놀이터'엔 사생대회, 물놀이와 같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천연염색공간인 '개울 염색터'에선 흰 옷을 염색하고 무늬를 직접 만들 수 있다.

개울가라는 특정 장소와 환경을 염두에 두고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황토를 사용한다.

손수건은 1000원, 티셔츠는 2000원이며 염색할 흰 옷을 직접 가져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파랑병원'은 워크숍을 통해 교육을 받은 '마음의사'들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에 맞는 진단을 해주는 '병원놀이' 콘셉트의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다.

처방약으로 정릉시장 내 상점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환권을 준다.

개울장은 4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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