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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토종 허브', 그 이름은 배초향

U블럭 2016. 10. 20. 09:10


[김민철의 꽃이야기] 향긋한 '토종 허브', 그 이름은 배초향


남쪽선 방아잎·방아라 부르며 마당 한쪽에 심어두고 잎 이용 
꽃도 좋지만 특유의 냄새 좋아 매운탕·추어탕에 꼭 넣는 재료 
꽃향유와 차이 궁금해 공부… 처음 꽃 배울 때 열정 되찾았으면

김민철 사회정책부장
김민철 사회정책부장
"방아잎으로 만든 전 한번 드셔 보세요."

한정식집에 갔더니 종업원이 부침개를 내놓으며 말했다. 푸른 방아잎을 넉넉하게 넣은, 노릇노릇한 방아잎 전이었다. 방아잎 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고소한 것이 별미였다. 막걸리 안주로 딱 좋을 것 같았다.

방아, 방아잎은 남부 지방에서 배초향을 부르는 이름이다. 그래서 배초향이라면 잘 몰라도 '방아잎' 하면 아는 사람이 많다. 배초향은 잎이 작은 깻잎처럼 생겼고, 원기둥 꽃대에 자잘한 연보랏빛 꽃이 다닥다닥 피는 꿀풀과 식물이다. 산에서도 자라지만 마당이나 텃밭 한쪽에 심어 잎을 따 쓰는 식물이기도 하다. 잎을 문질러보면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좋다.

얼마 전 서울 주택가를 지나다 가게 앞 조그만 화단에서 꽃과 잎이 풍성한 배초향을 보았다. 이 배초향 사진을 페이스북 등 SNS에 짧은 글과 함께 올려보았다.

'배초향으로, 요즘 서울 시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방아, 방아잎이라 합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진한 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야생이지만, 사진처럼 집 주변에 심어놓고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 데 쓰기도 합니다. (라벤더, 로즈마리가 서양 허브라면 배초향은) 우리 토종 허브 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렇게 설명을 달았더니 뜻밖에도 경상도, 특히 부산 등 남해안 지역 출신 분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부산에서는 매운탕·추어탕에 꼭 들어가야 제맛이 납니다.'(박○○)

'마산 장어국에 들어가는 필수 허브지요~~^^ 그리운 향입니다~~^^'(이○○)

'어렸을 때 이것 넣어 전을 부쳐 먹었어요. 요새도 제 고향에서는 그러지요.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구요. 참 향긋한데….'(조○○)

'난 경상도로 시집와서 이 향기를 너무 좋아해! 매운탕엔 필수. 근데, 배초향이란 이름은 처음 ㅋㅋ 우린 방아잎이라고 해.'(김○○)


배초향
반면 다른 지방 사람들은 "방아잎이 이렇게 생겼군요" "아하 토종 허브군요~" "동네 화단에 있는 배초향, 그저 무심히 보았는데…" 정도 반응을 보였다.

부산 등 남해안 일대에서는 대형마트 야채 코너에서 배초향 잎을 팩으로 팔 정도로 흔한 식재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국제시장'에도 배초향이 등장했다. 영화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 덕수와 부인이 바다가 훤히 보이는 옥상에서 살아온 인생을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이 옥상 텃밭에 배초향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작진이 영화 소품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향유
김향이의 베스트셀러 동화 '달님은 알지요'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할머니와 살아가는 열두 살 소녀 송화 이야기다. 이 동화에도 배초향이 방아꽃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송화 아버지는 집을 나가 연락이 없은 지 오래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송화가 선생님 자전거를 얻어 탔을 때 '선생님한테서는 풀꽃 냄새가 났다. 칡꽃 냄새랑 방아꽃 냄새를 버무려 놓은 것 같은 냄새였다.' 송화가 뺨이 발그레해지며 '아빠 냄새도 이럴까' 생각하는 대목이 있다.

배초향과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꽃향유와 향유가 있다. 둘 다 키가 60㎝ 정도까지 자라는데, 요즘 인왕산·우면산 등 서울에 있는 산에서도 보라색 꽃이 핀 꽃향유 무리를 볼 수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향기를 갖고 있다. 바람이라도 훅 불어오면 어지러울 정도로 향기가 진하다. 요즘 끝물인 배초향은 꽃대에 빙 둘러 꽃이 피지만, 꽃향유는 꽃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피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꽃향유 꽃차례는 칫솔같이 생겼다. 향유도 꽃이 한쪽으로만 피지만, 꽃향유보다 꽃 색깔이 좀 옅고 꽃이 성글게 피는 점이 다르다.
향유
배초향이나 꽃향유는 야생화 공부를 막 시작했을 때 이름을 안 꽃들이다. 서울 근교 산에서 처음 칫솔 모양으로 생긴 꽃향유를 보고 이름이 정말 궁금했다. 지금처럼 앱으로 물어볼 수 있는 시대도 아니어서 야생화 책을 한참 뒤져서 이름을 알아냈을 때 정말 기뻤다. 이 꽃은 왜 한쪽으로만 피는지 궁금해 다른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꽃 공부를 하면서 그 시절이 가장 재미있었다. 주변에 흔하지만 이름을 몰랐던 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야생화 책에서 보았던 꽃들을 야생 상태에서 처음 보았을 때, 너무 헷갈리는 두 꽃의 차이가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요즘은 바쁜 일상에 치어서인지 주변에 흔한 꽃은 좀 시시하고, 귀하다는 꽃을 보아도 좀 시큰둥해졌다. 가끔 그때처럼 다시 열정과 호기심을 끌어올릴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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