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납백천(海納百川)
해납백천(海納百川). 바다는 모든 물을 받아 들인다..
통감절요(중국 송대의 사서) 중 한 대목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하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더욱 음미할만한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통감절요 원문을 보면 이렇습니다.
臣聞太山 不讓土壤故로 能成其大하고 河海不擇細流故로 能就其深하고 王者不却衆庶故로 能明其德이라 합니다.
此는 五帝三王之所以無敵也라 今에 乃棄黔首하여 以資敵國하고 却賓客하여 以業諸侯하니 所謂藉寇兵而齎盜糧者也니이다
王이 乃召李斯하여 復其官하고 除逐客之令하고 卒用李斯之謀하여 兼天下하다
“.... 신이 듣건대 태산은 흙덩이를 사양하지 않는 까닭에 능히 그 큼을 이루고,
河海(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는 까닭에 능히 그 깊음에 나아가며,
왕 노릇 하는 사람은 무리를 물리치지 않는 까닭에 능히 그 덕을 밝힌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오제삼왕이 대적할 자가 없었던 까닭입니다.
이제 이에 백성을 버려서 적국을 돕고, 빈객을 물리쳐서 제후를 섬기게 하시니,
이른바 도적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양식을 보내 주는 것입니다.” 하였다.
왕은 이에 이사를 불러 그 관직을 회복시키고,
빈객을 쫓으라는 명령을 거두었으며, 마침내 이사의 계책을 써서 천하를 아우르게 되었다.
* 오제삼왕: 중국 상고시대의 제왕들
진왕(후에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에게 객경 벼슬을 하고 있던 신하 이사(李斯)가
당시 왕명으로 내려졌던 축객령(逐客令)의 잘못을 중심으로 왕도에 대해 올린 상소문의 한 대목입니다.
보다시피 이 여기에 해납백천이라는 말이 직접 나오는 건 아닙니다.
그럼 이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사람들은 河海不擇細流故 能就其深 이라는 구절에 담겨진 뜻을 압축해
후세의 문장가들이 이렇게 네글자로 만들어 냈을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물줄기 뿐 아니라 바다는 물의 청탁(淸濁)도, 연원(淵源)도 가리지 않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물리치지 않는 너그러움이 있을 때 지구의 뭇 생명을 보듬어 살리는 바다처럼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큰 일을 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중국에서는 마침 국제화시대를 맞아 이 이사의 고사를 들어
너무 피부색을 가리고 혈통을 따질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양입니다.
또한 흔히 정치 지도자나 큰 일을 도모하는 이의 그릇이 이와 같아야 한다는 뜻에서 이 말을 부쩍 많이 인용한다고 하는군요.
해납백천 유용내대 벽립천인 무욕즉강(海納百川 有容乃大 壁立千仞 無慾則剛)
"바다는 모든 물을 받아 들이기에 그 너그러움으로 거대하고, 바위의 키는 천길에 다다르나 욕심이 없기에 굳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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