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인기 프로그램에서 스타 2세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부모 못지않게 주목을 받고
있다. 부모의 외모와 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한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유전의 놀라움을 깨닫곤 한다. 우리 아이는 과연 나의 어떤 점을
닮았을까. 유전을 둘러싼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
의견 1 DNA as Child's
Destiny
우리는 99.9% 동일한
유전자를 지녔다. 각자를 다르게 만드는 건 0.1%의 유전자다. 이 작은 차이가 외모뿐 아니라 성격, 질병을 결정한다. 복잡한 이론과 과학적
논거들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거울 앞에서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전자가 우리를 결정한다는 증거는 숱하게 쌓여
있다.
의견 2 Environment as Child's
Destiny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유전자는 타고나지만 환경을 통해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고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란성쌍둥이라도 떨어져 지내면
다르게 자란다는 점을 증거로 제시한다. 다른 종류의 암에 걸린 일란성쌍둥이는 무시하기 어려운 환경론적 증거다. 환경론자 혹은 후성유전학자들의
주장 역시 이 같은 이치에 맞는다.
외모 편
속설 1 딸은 아빠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유전을 둘러싼 수많은 속설들, 대부분
과학적인 검증보단 실생활에서 '증명'된 사항들이다. 특히 '붕어빵 지수'에 대해서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이 많이 퍼져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속설은 부녀의 외모 닮은꼴이다. 아버지가 우월한 유전자의 소유자라면 딸은 어머니의 외모와 상관없이 미녀로 태어난다는 설이다. 꽃미모를 타고난
배우 최수종의 딸 윤서양과 배우 조재현의 딸 혜정양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아버지의 친근한 외모를 닮은 딸들도 있다. 배우 김응수의 딸 은서양은
아버지에게 쌍꺼풀 없는 귀여운 눈매와 초콜릿 빛깔의 피부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요즘은 타고난 예능감으로 방송에 출연해 남다른 부녀애까지
과시하고 있다. 배우 고창석과 예원양은 '귀요미 부녀'다. 예원양은 이목구비는 물론 동그란 얼굴형에 통통한 볼살까지 물려받았다. 예원양을
보자마자 고창석이라는 이름이 나올 만큼 두 사람은 닮은꼴이다.
|
부녀 붕어빵 외모 법칙은 동서양을 막론한다. 할리우드에서도 닮은꼴 부녀를 찾아볼 수 있다. 제시카
알바는 큰 눈과 날카로운 콧날 등으로 화려한 마스크를 자랑하지만 딸 아너양의 눈은 작고 코는 뭉툭하다. 어머니보다는 영화 제작사인 아버지 캐시
워렌의 외모와 가까운 셈이다. 아버지들은 딸에게 어떤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일까. 유전 확률이 높은 부위 1위는 쌍꺼풀이다. 쌍꺼풀은 우성형질이라
부모가 모두 쌍꺼풀이 있을 경우 자녀가 쌍꺼풀이 있을 확률이 높으며, 만약 없더라도 부모의 윗세대의 유전자로 인해 쌍꺼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화살표 코도 우성형질이라 유전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주걱턱이라 불리는 하악턱은 열성형질이다. 이 경우에는 부모 두 사람 모두 주걱턱이어야
자녀가 주걱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속설 2 아들은 부모의 외모와 큰 관계가
없다
딸과 달리 아들은 부모의 외모와 다른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이로 인해 아들은 부모의 외모와는 관련성이 적다는 속설이 생기기도 했다. 수려한 외모를 지닌 부모 아래에서 다소
밋밋하거나 평범한 외모의 자녀가 태어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영국의 파레트 박사는 논문을 통해 부모의 외모가 유전적으로 아들에게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남성은 여성 외모를 보는 비중이 높지만 여성은 외모가 아닌 다양한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들에게 화려한 외모를 물려줄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신장에 대한 연관성은 어떨까. 신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의 외모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안타깝게도 과학계가 알아낸 사실은 거의 없다. 의학 전문가들은 키가 크는 데 몇 쌍의 유전자가 관여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골격의 성장은 오직 유전자의 영향만 받는 것이 아니라 성장기의 영양 상태나 운동량 등에 의해서 좌우되기도 한다. 유전의 영향이 있지만 인력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력으로 운명을 이긴 사람도
있다. 단신 개그맨 이홍렬이다. 작은 키로 마음고생이 많았던 그는 아들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우유를 많이 마시게 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이홍렬의 키는 162cm지만 아들들은 180cm 가까이 자랐다. 특히 둘째아들은 고교 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단신 유전의 꼬리를 끊은
셈이다.
지능 편
속설 3 아들의 지능은 엄마가
결정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속담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머리가 탁월하게 좋은 부모 밑에서 수재가 태어난 사례가 적지 않다. 대를 이은 과학자 집안, 법학자
집안, 음악가 집안 등 각종 '집안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
멀리 가지 않더라도 주변을 둘러보면 학구적인 가족들이 있게 마련이다. '리틀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리는
천재 의사 쇼 야노가 대표적이다. 한국인 어머니 진경혜씨와 일본인 아버지 가쓰라 야노씨 사이에서 태어난 쇼 야노는 생후 6개월 전부터 그림책을
읽었고, 3세 때 배운 적도 없는 쇼팽 피아노곡을 연주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9세에 미국 최연소 대학생이 됐고 18세에는 분자유전학과 세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1세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시카고대에서 의학박사까지 취득했다. 그는 현재 시카고대 부속병원에서 소아신경과 레지던트
2년 차 과정을 밟고 있다. 그의 여동생 역시 영재로 지금은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다. 남매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어머니 진경혜씨는 "유전자
조합이 잘된 거 같다"라고 말하며 웃는다. 그녀는 오하이오 대학에서 미술과 미술사로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았고, 학창 시절 남편을 만났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최고의 유전자를 물려줬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과학자들이 일란성쌍둥이나 이란성쌍둥이를 조사한 결과, 지능의 유전적 영향은 약 60%라고 밝혔다.
물론 쇼 야노의 재능은 유전자 덕분만은 아니다. 진경혜씨는 아들을 위해 환경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녀는 범상치 않은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홈스쿨링을 했다. 학교 교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그 능력에 맞게 학업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였다.
"임신 사실을 알고 고민했어요. 남편과 저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분명 저희와 비슷한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저희가 좋아하는 것은 아이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아이도
싫어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아이를 교육시켰죠. 아들이 태어나자 남편과 함께 하루에 책을 20권이나
읽어줬어요."
아직까지 천재를 만들어내는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조사한 결과 천재의 뇌 속에서 평범한 사람의 머리 안에 없는 특별한 조직이 발견되지 않았을뿐더러, 천재나 보통 사람
모두 문제를 해결할 때 동일한 과정을 밟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결국 우월한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발현시킬 것인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천재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속설은 자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배우는 사람이 어머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이루어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 조앤 루비 소아정신과 교수 연구진은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뇌 성장이 더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태어나서 초기 2년 동안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지능을 포함한 뇌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이후 성장이 근본적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속설 4 가족력을 보면 질병이
보인다
가족력은 한 가족 내의 질환의
역사다. 부모가 어떤 부분이 취약하고 강한지 알아야 자녀들도 질병에 대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신을 기준으로 3대에 걸친 직계가족 혹은
4대에 걸친 사촌 이내에 같은 질환을 앓은 환자가 2명 이상일 때 '가족력이 있다'라고 한다.
|
중년에 이르면 건강 검진 결과서는 학창 시절 성적표보다 무서운 존재가 돼버린다. 검진 결과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피는 못 속인다'라는 단순한 사실이다. 아버지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아들과 딸도 혈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곤 한다. 위나 장처럼 취약한 장기도 비슷하다. 암도 마찬가지다. 물려받은 유전자가 특정 질병에 취약할 경우 변형이 쉽게 일어나 암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활 습관병이라고 하는 암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병에도 유전적 요인이 관여돼 있다. 스웨덴에서
일란성쌍둥이들을 대상으로 한 암의 유전적 영향을 조사한 결과 위암은 유전의 영향이 28%, 전립선암은 42%에
달한다.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부분은 고혈압이다. 부모가
모두 고혈압이 있다면 아이가 고혈압에 걸릴 확률은 무려 50%나 된다. 이 경우 작은 환경인자의 작용에도 고혈압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혈압이 무서운 건 합병증 때문이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중풍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심부전, 콩팥 기능
이상 및 심장동맥질환 등도 흔한 합병증이다. 고혈압과 합병증까지 가족력이 동반된 경우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속설 5 가족력의 영향이 가장 큰
질병은 유방암이다
|
얼마 전,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을 절제한 후에 복원술을 받았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돌연변이 유전자
브라카(BRCA1)로 인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87%에 달하자 예방적 차원에서 수술을 감행한 것이다.
이로 인해 유전성 유방암에 대해서도 관심이 급증했다. 브라카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체 여성의 약
0.2%에서 발견되고 있다. 아시아인은 유럽보다 비율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심이 된다면 유전상담과 유전자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브라카
유전자가 없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브라카가 없더라도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고위험군에 속한다. 전체 유방암 환자 중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는
5~10%에 달한다. 다만 의학계는 한국의 유방암은 유전적 요인보다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서양에는 50대가 많은 반면 한국은
30대와 40대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유방암 발병 원인은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로 인한 스트레스와 늦은
출산, 짧은 모유 수유 기간으로 추정되고 있다.
속설 6 편식, 72%가 유전이다
|
아이들의 편식은 그저 먹기 싫어서 떼쓰는 게 아니었다. 유전자마다 입에 맞는 음식이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은 4~7세의 쌍둥이 66쌍의 식습관과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특정 음식 기피증은 72%가 유전자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람마다 맛을 느끼는 유전자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이 유전자에 따라 똑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느끼는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만약 채소를 유달리 싫어하는 아이들의 경우 쓴맛을 잘
인식하는 유전자를 타고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아이들에겐 채소와 함께 단맛이 나는 드레싱을 섞어서 권하는 게
현명하다.
영국 왕실 윈저가의 '사색자 이마'
얼마 전 영국 왕실에서 로열 베이비가 태어났다. 윌리엄 왕세손과 세손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출생과
동시에 왕위 서열 3위로 등극했다. 짓궂게도 세간의 관심은 아이의 이마에 쏠렸다. 이번 왕자도 영국 윈저가의 '사색자의 이마(탈모의 흔적을 두고
영국 언론이 붙인 타이틀)'를 물려받을까.
|
에든버러 공작 필립
마운트배튼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특유의 품위와 고결함이 묻어나는 행동으로 영국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탈모 유전자를 아들과 손자에게 물려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찰스 윈저 왕세자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가 61년간 재위하는 바람에 백발의 할아버지인데도 아직도 '왕자'다. 고
다이애나비와의 사이에서 윌리엄과 해리 두 왕자를 두었다.
멋진 백발의
헤어스타일을 가졌지만 뒷부분에는 오래전부터 진행된 탈모의 흔적이 역력하다.
윌리엄 윈저
왕세손
출중한 외모와 카리스마를 갖춰 어릴 때부터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평민 출신의 케이트 미들턴과 결혼해 세기의 부부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20대부터 정수리를
중심으로 탈모가 진행돼 영국인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조지 알렉산더 루이스 왕자
왕자가 태어나자마자 세계 언론들은 아들이 아버지 윌리엄의 이마를 물려받을 것인가에 대한 예측 기사를
쏟아냈다. 이를 의식한 듯 윌리엄은 "(아들은) 나보다 머리카락이 길 것이라 다행이다"라는 농담을 건넸다. 유전학자들은 머리카락 색깔은 흑갈색일
가능성이 크며 삼촌 해리 왕자처럼 빨강 머리카락을 가질 확률은 6%로 다소 낮다고 말했다.
|
엄마 지능과 아들 지능이
판박이
세 아들 서울대 보낸 여성학자 박혜란
가수 이적의 어머니 여성학자 박혜란. 과외 한 번 없이 세 아들을 모두 서울대에 보내 전국 어머니들의
롤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서울대를 보내는 DNA는 없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한창 공부할 시기에 39세의 엄마가 여성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며 책을 보는 환경은 아들들에게 "공부하라"라는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아이는 엄마의 지능을 따라간다는 속설의 배경은 무엇일까. 일부 연구기관은 X염색체가 지능을 결정하기
때문에 엄마로부터 X염색체를 받은 아들은 엄마의 지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X염색체가 2개인 여성은 한 곳에서 열성 염색체가
들어오더라도 다른 쪽에서 보완할 수 있지만 남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들에게 X염색체를 물려준 엄마의 유전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적이 낮은 아들이 무조건 "이건 모두 엄마 탓"이라고 말하는 건 곤란하다. X염색체에 지능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지만 다른 염색체에도 지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