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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아십니까 - 정화수

U블럭 2013. 10. 19. 17:17


 



 




 


화수


정화수는 이른 새벽 우물에서 떠온 샘물을 말한다.
이른 새벽 조심스레 발을 디뎌 풀이슬 밟고 샘터에서 물을 길어 온 여인은
맑은 물 한 그릇에 자신의 온갖 몸과 마음의 정성을 다하여 신에게 빌었을 것이다.
그 신은 뚜렷한 대상이 아닌 자연을 아끼고 사람을 사랑하는 인간 본연의 바탕일 것이다.
여인이 비는 것은 자신의 부귀나 건강이 결코 아니었다.
항상 나라나 남편이나 부모나 자식 같은 가족의 안녕이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아마도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드리던
여인의 깨끗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마음 때문에 온 것이리라.
옛 여인들은 먼저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을 소중히 여겼다.
꼭두새벽 아무도 모르게 장독대에 꿇어앉아 정화수 앞에 기도하는 여인상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요즘의 현대인에게 정화수 이야기를 하면 자연숭배사상의 잔재나 미신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지만 정화수에는 엄청난 민족의 정기가 어려있는 것이다.
정화수는 정안수라고도 한다. 우리의 옛 여인들은 기도할 일이 있을 때
장독대에서 하얀 사기그릇 또는 깨끗한 바가지에 새벽 정화수를 떠놓고 빌었다.

물은 창조력의 원천, 여성의 생산적 원리를 상징한다.
고구려 건국신화 동명성왕의 어머니 유화부인은 용심연, 즉 물의 출신이었다.
신라 박혁거세의 비인 알영은 알영정이란 물의 출신이었다.
고려 개성의 대정이란 우물은 고려왕조의 성역이었다.
하늘의 남성인 왕과 물의 여성인 왕비가 만나 신화의 상징인 생명력과 풍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은 또 죽은 자를 살리는 재생의 기능이 있다.
무가에서 바리공주는 위독한 부모를 구하기 위해 서역국으로 가
생명의 약수를 가져와 부모를 살리고 있다.

물은 신앙행위의 매체며 대상이 된다. 동제를 모실 때 마을의 우물을 깨끗이 치우는 것을 볼 수 있다.
정화수는 가장 간소하나 가장 정갈하게 신에게 받치는 제수의 의미가 있다.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하기 전에 목욕재계를 하여
몸과 특히 마음을 깨끗이 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샘, 우물, 약수 등에 담겨진 재생력과 생명력은 물을 용의 집이자
정기로 간주하는 용신신앙에까지 파급된다.
우물 안의 달그림자를 용알이라하여 아이를 갖기를 바라는 여인이 떠서 마셨다.
또한 물은 여성에 비유되며 육감적인 성적 표현으로도 묘사된다.
너는 죽어 물이 되고란 춘향전의 구절에서 알 수 있다.

물은 또 여성의 생명원리를 지님으로서 임신과 출산의 힘이 있다.
물은 정화력이 있고 부정이나 객귀를 쫓는 벽사의 힘이 있다.
물 자체가 지닌 맑음이 부정을 물리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정화수(井華水)에는 정화(淨化)의 힘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부정이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 정화수를 손가락에 적셔 세 번 뿌림으로써 정화가 되는 것이다.

까다롭던 옛사람들도 집안 형편이 여의치 못 하면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혼례를 치르기도 했다.
이를 작수성례라 했다.
정화수 한 그릇의 힘은 한국사람들에겐 무척 큰 것이었다.
정화수는 두 가지 조건만 있으면 된다. 우선 몸과 마음이 깨끗해야 한다.
그리고 깨끗한 물이면 된다. 하얀 사기그릇이어도 좋고 깨끗한 바가지여도 좋다.

우리의 조상들은 그랬다. 항상 마음이 깨끗한 것을 우선으로 쳤고,
자신의 복과 안녕을 비는 것이 아니라 남의 복과 안녕을 위해 정화수에 기원을 하였다.
찬물에 몸을 깨끗이 씻고 어둠을 물리치는 이른 새벽에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자신을 위한 간구가 아닌 남을 위한 기원을 하는 것은
가히 신에 버금가는 위대한 사랑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값비싼 화장품과 화려한 옷으로 얼굴과 겉모습만 번지르하게 꾸미며
보이지 않는 마음은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많은 현대인들은
옷깃을 여미고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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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태 시인 (하모니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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