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부모

U블럭 2013. 9. 18. 17:22

 

 

부모 / Eb / 하모니카 김종태

 

 

 

어머니

 

김종태

 

 

물던 꼭지 싱거워 지긋이 깨물면

주린 몸 여린 살에 얼마나 아프랴만

슬며시 빼내던 손길 바위처럼 거칠더라

 

바꾸어 물려봐야 그쪽도 빈 젖인데

먹은 게 있어야 나올 젖도 생기건만

불쌍히 내려보던 눈 눈물만 떨구더라

 

눈물보다 짠 젖으로 마른 목을 적시고

사탕보다 단 눈길로 어린 마음 채웠으니

첫사랑 어느 기억이 어머니만 같으랴

 

 

 

아버지

 

김종태

 

 

삽 메고 논 한 배미 한나절

낫 들고 밭 한 뙈기 또 한나절

가위 차고 과수원 가지치기 한겨울

약대 들고 여기저기 또 한여름

똥지게 오줌장군 아무렴 어때

배만 부르면 행복할거야

손아귀에 퉤퉤 침 한 번 뱉으면

힘으로 안 되는 일 없고

이리 저리 손재간 놀리면

못 만드는 게 없었다.

 

 

긴 세월 잠깐 사이에

삭신은 늙고 천지는 개벽해

좋다는 이십세기 말 고희도 지나

몸으로 때울 일은 없고

머리는 헤아릴 주변 없고

가슴도 이젠 뜨겁지 않아

아무도 하는 말 듣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잘못 살았나

자식은 품안에 자식이요

아버지는 힘쓸 때 아버지로구나

 

 

아버지 어머니 용서하소서

세상을 잘못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제야 아버지 어머니 뜻을 알 것 같은데

 

...............................................

 

 

 

'연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3.09.18
미워하지 않으리  (0) 2013.09.18
번지 없는 주막  (0) 2013.09.18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0) 2013.09.18
클레멘타인  (0) 2013.09.18